얼마 전 네이버 블로그에서 필리스 올타임 베스트 라인업 포스팅을 보고 레이스도 정리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 포스팅을 해볼까 합니다. 데블레이스로 시작한 1998년부터 올해까지의 성적을 놓고 선정했으며, 주관적인 기준도 꽤 작용했습니다. 한 명씩 살펴보겠습니다.
포수: 토비 홀(Toby Hall)
레이스에서의 통산 성적: 586경기 2197타석 슬래시 라인 0.262/0.298/0.382 44홈런 통산 도루저지율 36.9퍼센트, fWAR 4.0, bWAR 5.5
커리어 하이: 2005년 135경기 463타석 슬래시 라인 0.287/0.315/0.368 5홈런 도루저지율 41.7퍼센트, fWAR 1.5 bWAR 2.8
가장 고민한 포지션 중 하나입니다. 애초에 시즌 포수 wRC+ 100을 넘겨본 시즌이 올해뿐일 정도로 포수가 약했던 팀이라 그렇습니다. 장고 끝에 내린 선택은, 2000년 말부터 2006년 7월까지 5년 반 정도 레이스에서 뛰며 세 시즌 정도 주전 포수로 활약한 토비 홀입니다. 발도 느렸고 파워도 특출 나지 않은 배드볼 히터라 타격 성적이 대단하진 않았지만, 90퍼센트에 가까운 좋은 컨택 능력으로 인플레이를 많이 만들며 10퍼센트 이내의 삼진율과 2할 중후반의 타율을 꾸준히 기록했습니다. 수비에서는 어깨가 좋아 통산 도루저지율이 37퍼센트에 육박했습니다. 이렇게 2000년대 초반 데블레이스의 안방을 든든히 지키며 레이스 역대 포수 중 fWAR 순위 2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1위는 호세 몰리나였지만, 프레이밍 하나로 WAR을 쌓은 선수를 진정한 올타임 베스트라고 부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제외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여러 포수들을 놓고도 고민을 했지만 결국 홀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대단하진 않지만 꾸준히 fWAR 1에 가까운 성적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나바로처럼 1년 정도 반짝한 포수는 많았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그런 성적을 유지한 포수는 홀이 유일했기에, 홀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1루수: 카를로스 페냐(Carlos Pena)
레이스에서의 통산 성적: 726경기 2971타석 슬래시 라인 0.230/0.360/0.483 163홈런 468타점, fWAR 14.2, bWAR 18.1
2007년 AL 1루수 부문 실버 슬러거, 2008년 AL 1루수 부문 골드 글러브
커리어 하이: 2007년 148경기 612타석 슬래시 라인 0.282/0.411/0.627 46홈런 121타점, fWAR 5.9 bWAR 7.2
아주 대단한 1루수가 있지는 않았지만 선택은 쉬웠습니다. 페냐의 성적이 누적으로 보나 임팩트로 보나 압도적이었습니다. 파워히터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가졌지만 너무 부족한 컨택 때문에 방출된 후 레이스에 온 페냐는 성취 심리학자 존 엘리엇 박사의 도움을 받아 2007년 46홈런을 날리며 엄청난 시즌을 보냈습니다. 그 후로는 낮은 타율을 기록하며 그만한 성적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여전히 좋은 파워와 특히 선수들과의 정신 건강을 위한 모임을 이끌며 정신적 지주로 자리 잡았습니다. 비록 2012년의 두 번째 만남은 별로 좋지 못했지만 그래도 경기장 안팎에서의 활약은 팀 역사상 최고의 1루수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는 선수입니다.
2루수: 벤 조브리스트(Ben Zobrist)
레이스에서의 통산 성적: 1064경기 4478타석 슬래시 라인 0.264/0.354/0.429 102홈런 통산 DRS +64, fWAR 33.2 bWAR 35.3
커리어 하이: 2009년 152경기 599타석 슬래시 라인 0.297/0.405/0.543 27홈런 17도루 92타점 92득점 2루수 DRS +16 UZR +11.5 외야수 DRS +11 UZR +12 fWAR 8.7 bWAR 8.6
이견이 없을 포지션 중 하나입니다. 오브리 허프의 대가로 훗날 삼성에 가게 되는 미치 탤벗과 함께 넘어왔을 때만 해도 유틸리티 슬랩 히터로 남을 것 같았지만, 스윙을 바꾸며 장타력을 얻고 레이스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었습니다. 거기다 언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 포지션인 2루수뿐만 아니라 외야수까지 겸업한 것은 신의 한 수였습니다. 2009년에는 3할에 가까운 좋은 타율과 훌륭한 선구안, 27홈런을 기록하는 장타력에 2루와 외야에서 훌륭한 수비까지 선보이며 아메리칸리그 MVP 투표에서 8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레이스 역사상 최고의 2루수이며, 연장 계약을 맺고 훌륭한 활약을 이어나가고 있는 현재 주전 2루수 브랜든 라우도 그의 아성을 넘어서기에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얼마 전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목사가 자신이 세운 비영리 단체의 기금까지 착복해 소송을 제기했다는 씁쓸한 소식이 전해졌는데, 마음 잘 추슬렀으면 좋겠습니다.
3루수: 에반 롱고리아(Evan Longoria)
레이스에서의 통산 성적: 1435경기 6151타석 슬래시 라인 0.270/0.341/0.483 261홈런 892타점, fWAR 48.6 bWAR 51.2
2008년 AL 신인왕, 2009년 2010년 2017년 AL 3루수 부문 골드 글러브, 2009년 AL 3루수 부문 실버 슬러거
커리어 하이: 2010년 151경기 661타석 슬래시 라인 0.294/0.372/0.507 22홈런 15도루 104타점 3루수 DRS +17 UZR +12.1 fWAR 7.5 bWAR 8.2
조브리스트보다 더 확실한 포지션이었습니다. 훌륭한 선구안과 장타력, 최고의 수비력을 가졌던 롱고리아는 레이스 역사상 최고의 3루수를 넘어 레이스의 상징 그 자체이자 2010년대 최고의 3루수였습니다. 레이스에서만 통산 261홈런에 골드 글러브 3회 수상, 50이 넘는 WAR... 그의 활약을 어떻게 수식할 수 있을까요? 대단한 기록들 외에도 2011년 162번째 경기에서 터뜨린 3점 홈런과 끝내기 홈런 등 레이스의 최고의 순간에는 언제나 롱고리아가 있었습니다. 거기다 팀을 위해 두 번이나 염가 계약을 맺어주고 팀에 짐이 될 것 같으니 좋은 마음으로 트레이드를 받아들여준 미안하고 고마운 선수기도 합니다. 현재는 자이언츠에서 뛰고 있는데, 올해 초 엄청난 활약으로 자이언츠의 돌풍을 이끌었지만 불의의 부상으로 잠시 이탈해 있습니다. 힘들겠지만 마일스톤을 더 쌓아서 명예의 전당도 노려봤으면 좋겠습니다(일단 2000안타를 채우면 가능성이 약간은 생길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데려와 2008년에 끼지 못한 우승반지도 끼워줬으면 합니다. 그게 팀을 위해 이토록 헌신한 선수에 대한 도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유격수: 훌리오 루고(Julio Lugo)
레이스에서의 통산 성적: 505경기 2149타석 슬래시 라인 0.287/0.350/0.421 40홈런 UZR +18.9, fWAR 13.9 bWAR 13.5
커리어 하이: 2005년 158경기 690타석 슬래시 라인 0.295/0.362/0.403 6홈런 89득점 fWAR 4.6 bWAR 4.4
유격수는 꽤나 고민을 했습니다. 델몬 영 트레이드로 넘어와 짧았지만 최고의 임팩트를 남긴 제이슨 바틀렛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의 선택은 이번에도 더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남긴 훌리오 루고였습니다. 2000년 애스트로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해 그럭저럭 괜찮은 유격수였지만 2002년 사구로 팔이 부러지고 이듬해에는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다 아내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되어 애스트로스에서 방출되었습니다(그래도 다행히 몇 달 뒤 무죄 판결이 나왔습니다. 아내가 이야기를 과장했고 해칠 의도가 없었다는 판결이었습니다). 방출 이후 얼마 뒤 레이스와 계약한 루고는 좋은 수비와 함께 15홈런을 몰아치고 wRC+ 102를 기록하며 주전 유격수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후로도 수비력은 약간씩 나빠지긴 했지만 공수겸장 유격수로 레이스에서 WAR 13 이상을 기록했고, 2006년에는 322타석에서 3할 타율에 12홈런 장타율 0.498을 기록하다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LA 다저스로 트레이드되었습니다. 하지만 다저스에서는 크게 부진했으나, 보스턴 레드삭스는 시즌 후 FA가 된 그에게 4년 3600만 달러라는 불안한 계약을 안겼고 이전보다 훨씬 나빠진 공격력과 부상에 신음하다 3년 차 시즌에 DFA 되었습니다. 루고는 얼마 되지 않는 레이스에서 가장 좋은 시절을 보낸 타자입니다. 레이스에서의 커리어를 시작할 때는 부상 후유증으로 부진하고 있었고 아내 폭행 혐의로 기소되어 선수생활의 기로에 서 있었지만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며 되살아났습니다. 그리고 타 팀 이적 이후에는 크게 부진했습니다. 이는 레이스에서 약 WAR 13을 기록했지만 타 팀에서는 도합 WAR 0(bWAR fWAR 모두 그렇습니다)을 기록한 것에서도 드러납니다.
좌익수: 칼 크로포드(Carl Crawford)
레이스에서의 통산 성적: 1235경기 5395타석 슬래시 라인 0.296/0.337/0.444 104홈런 409도루 DRS +80 UZR 120.3, fWAR 36.9 bWAR 35.6 2010년 AL 좌익수 부문 실버 슬러거&골드 글러브
커리어 하이: 2010년 154경기 663타석 슬래시 라인 0.307/0.356/0.495 19홈런 47도루 DRS +8 UZR +17.9 fWAR 7.7 bWAR 7.0
좌익수는 확실한 선수가 있었습니다. 데블레이스 암흑기 시절 올스타에 선정되는 등 팀의 얼굴이었던 칼 크로포드입니다. 드래프트 당시 수준이 낮은 리그에서 뛰었기에 기량이 부풀려졌다는 시선을 받았지만, 최고의 선수로 성장하며 우려를 불식시켰습니다. 파워는 대단하지 않았지만 빠른 발로 도루를 엄청나게 기록했고 2,3루타도 많이 생산했습니다. 그리고 좌익수는 수비력이 중요한 포지션은 아니긴 하나 좋은 운동신경과 빠른 발을 바탕으로 좋은 수비도 많이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2007년 올스타전에서 MVP에 선정되며 빅리그 최약체이자 인기도 가장 없었던 데블레이스라는 팀을 많이 알리기도 했습니다. 2010년에는 19홈런 장타율 0.495을 기록하고 골드 글러브까지 기록하며 마지막까지 아름다웠습니다(거기다 이후로는 루고처럼 지구 라이벌 구단인 보스턴의 약진을 훌륭하게 저지했습니다. 여기에도 가산점을 주고 싶습니다). 뛰어나지 않은 홈런 파워와 선구안, 좌익수라는 포지션, 레드삭스로의 FA 이적 후 부진 때문에 저평가되기 쉽지만 팀에 꼭 필요한 선수이자 리그 최고의 좌익수 중 한 명이었습니다.
중견수: B.J. 업튼(B.J. Upton)
레이스에서의 통산 성적: 966경기 4063타석 슬래시 라인 0.255/0.336/0.422 118홈런 232도루 539득점, fWAR 22.6 bWAR 15.6
커리어 하이: 2007년 129경기 548타석 슬래시 라인 0.300/0.386/0.508 24홈런 21도루 중견수 보살 11개(리그 공동 2위) fWAR 4.5 bWAR 4.4
중견수도 유격수처럼 두 쟁쟁한 선수를 놓고 고민을 꽤 했습니다. 수상 실적이 하나도 없고 1라운드 전체 2번이라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B.J. 업튼과 골드 글러브를 3회 수상했으며 기대치가 적은 31라운더였지만 빅리그까지 올라와 프랜차이즈 스타가 된 케빈 키어마이어. 누적 스탯도 키어마이어가 약간 더 앞서는 느낌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업튼을 선택했습니다. 2008년 포스트시즌 ALDS에서 3홈런, ALCS에서 4홈런을 작렬시키며 72타석 wRC+ 152를 기록한 활약을 그냥 무시하기는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업튼은 기대가 컸던 만큼 19살에 빅리그에 데뷔하고 22살 시즌인 2007년에는 (3할 타율에는 4할에 육박하는 BABIP의 영향이 있었지만) 20-20을 기록하며 차세대 5툴 플레이어가 될 듯했습니다. 그렇지만 마이너리그 최다 실책 내야수였던 그는 중견수로 자리잡기까지 여러 포지션을 헤맸고, 경기 중 집중력을 잃는 모습으로 매든을 가장 화나게 만든 선수가 되는 등 성장이 정체되었습니다. 결국 그 2007년을 커리어 하이로 남기며 FA로 팀을 떠났습니다. 사실 선정해두고 이런 말 하는 것이 웃기기도 합니다만, 베스트 플레이어로 선정하는 것이 맞나 싶기도 합니다. 2007년과 2008년 포스트시즌만 빼면 키어마이어보다 크게 나은 것이 없습니다(키어마이어는 최근 몇 년간 잔부상에 시달리며 부진해도 헌신적인 수비와 클럽하우스에서의 리더십을 보여주었고, 기대치가 없었지만 인간승리를 이뤄냈습니다). 그래도 그의 2007년 3할 20-20 시즌과 2008년 포스트시즌은 충분히 기억에 남을 활약이었습니다.
(2021년 10월 30일 추가: 이제 키어마이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wRC+ 100을 넘기며 올해 성적도 좋았고, ALDS에서의 활약도 인상적이었기에 지금 고른다면 저도 KK를 고를 것 같습니다)
우익수: 맷 조이스(Matt Joyce)
레이스에서의 통산 성적: 633경기 2256타석 슬래시 라인 0.250/0.342/0.435 76홈런 280타점, fWAR 10.7 bWAR 10.3
커리어 하이: 2011년 141경기 522타석 슬래시 라인 0.277/0.347/0.478 19홈런 13도루 75타점 fWAR 3.6 bWAR 3.4
우익수는 대단한 선수가 있진 않았으나 선택은 쉬웠습니다. 맷 조이스입니다(수자 주니어가 있었지만 누적 스탯이나 꾸준함은 한참 부족하고 30홈런 시즌이 있었으나 조이스의 2011년 전반기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탬파 출신으로 레이스 홈 타운 플레이어에 속하는 조이스는 에드윈 잭슨 트레이드로 레이스에 입단해 2011년 첫 풀타임 시즌에 6월 초까지 3할 7푼으로 타율 1위에 오르는 등 올스타에 선정되었습니다. 후반기에 다소 페이스가 꺾였으나 19홈런을 날리며 WAR 3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이후로는 좌투수 상대 부진과 데뷔 시즌만큼의 파워를 보여주진 못했지만 훌륭한 선구안으로 높은 출루율을 기록하며 매해 wRC+ 110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케빈 젭슨과 트레이드되었고, 현재는 필라델피아 필리스 더블 A 팀에 있습니다(개막 로스터 진입에 성공했으나 부진하며 마이너리그로 내려갔습니다). 랜디 아로사레나나 오스틴 메도우스같은 쟁쟁한 젊은 선수가 많아 곧 바뀔 것 같긴 합니다.
지명타자: 호세 칸세코(Jose Canseco)
레이스에서의 통산 성적: 174경기 766타석 슬래시 라인 0.272/0.373/0.525 43홈런 125타점, fWAR 3.2 bWAR 3.7
커리어 하이: 1999년 113경기 502타석 0.279/0.369/0.563 34홈런 95타점 fWAR 2.4 bWAR 2.8
레이스 역사상 고정 지명타자가 많지 않았기에 지명타자는 후보를 추리는 것부터가 어려웠습니다. 오브리 허프는 주포지션이 지명타자는 아니었고, 메도우스 역시 코너 외야수로 출장할 때가 약간 더 많았으며, 조니 곰스는 한 포지션의 베스트 플레이어로 선정하기에는 성적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약물 경력도 있고 사생활도 문란하며 2년을 채 뛰지 않은 호세 칸세코가 선정되었습니다. 논란도 있고 누적 스탯은 부족하지만 칸세코의 레이스에서 커리어는 괜찮았습니다. 3년 계약의 첫해인 1999년에는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철저한 약물의 힘으로) 무려 31홈런을 날렸습니다. 이후 등 부상으로 후반기에는 부진했지만 레이스 고정 지명타자 중 최고의 임팩트였습니다. 이듬해에는 부상으로 61경기에서 9홈런을 날리는데 그치다 양키스로 트레이드되었습니다. 그래도 이후 '히트 쇼'라면서 영입했던 거포들이 대부분 부진했기에 칸세코의 성적은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선발투수: 제임스 실즈(James Shields)
레이스에서의 통산 성적: 217선발 1454.2이닝 1250탈삼진 87승 73패 평균자책점 3.89 fWAR 23.9 bWAR 19.7
커리어 하이: 2011년 33선발 249.1이닝 225탈삼진 16승 12패 평균자책점 2.82 11완투승 4완봉승 fWAR 4.8 bWAR 5.8
왜 프라이스가 아니라 실즈인지 궁금해하실 분도 계실 겁니다. 임팩트나 누적이나 모두 프라이스가 앞선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통산 평균자책점도 프라이스가 더 낮습니다). WAR로 보면 fWAR은 23.9, 22.0으로 실즈가 앞서고 bWAR은 21.2, 20.0으로 프라이스가 앞섭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실즈의 bWAR에는 오점이 있다고 봅니다. 실즈는 2010년 203.1이닝을 투구하며 평균자책점 5.18을 기록했습니다. 그래서인지 bWAR은 -1.5로 상당히 나빴습니다. 그러나 FIP는 4.24로 훨씬 낮았는데, 피홈런이 꽤 늘긴 했지만 BABIP가 3할 4푼으로 치솟는 불운이 있었습니다(아무리 무작정 존에 넣는 피칭을 한 영향이 있다지만 전후 시즌과 비교해보면 분명 불운이 따랐습니다. 물론 FIP는 그것을 반영하지 않았기에 과장된 면이 있을 것입니다). 거기다 잔루율도 커리어에서 유일하게 70퍼센트대 아래로 떨어졌었고 뜬공이 홈런이 되는 비중을 보면 피칭 특성을 감안하고도 운이 나빴습니다. 그런데도 실즈가 혼자서 대체선수 대비 -1.5승을 날렸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스럽습니다. 저는 최소한 AAAA급 대체선수만큼은 해줬다고 계산하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실즈가 bWAR까지 0.3 앞섭니다(저도 억지라는 것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 포스트시즌에는 항상 부진했던 프라이스와 레이스의 월드시리즈 첫 승리 투수이자 유일한 선발승을 거둔 실즈를 비교하면 실즈가 앞섭니다(2008년에는 포스트시즌 네 번 선발 등판해 25이닝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했습니다). 부수적인 이유지만 돈도 있습니다. 똑같이 7년을 뛰었지만 프라이스는 약 3378만 달러를 실즈는 약 1664만 달러를 수령했는데, 레이스 같은 구단에서 이 정도 차이는 꽤나 큽니다.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돈을 훨씬 덜 받은 선수에게 미안한 생각도 들기에 선정하고 싶어 집니다. 아무튼 이런 이유들이 있었습니다. 그냥 개인 취향이라고 보셔도 되겠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포스트시즌 성적이었습니다.
실즈는 패스트볼 구속이 평균 92마일 정도에 불과했지만 리그 최고의 체인지업과 훌륭한 커터에 좋은 컨트롤, 엄청난 이닝 이팅 능력으로 레이스의 선발진 한 축을 담당했습니다. Big Game James라는 별명답게 2008년 포스트시즌에서 훌륭한 투구를 펼쳤고, 레이스 역사상 첫 월드시리즈 승리와 지금까지도 유일한 월드시리즈 선발 승을 기록했습니다(프라이스를 까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2018년까지 포스트시즌 징크스를 깨지 못한 프라이스와 대비됩니다). 그렇지만 가장 대단한 능력은 레이스에서 6시즌을 포함 9시즌 동안 200이닝 이상을 소화한 이닝 소화력입니다. 2011년에는 4번의 완봉승을 포함 11번의 완투승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거기다 4년 1125만 달러+팀 옵션 3년 포함이라는 파격적인 계약을 맺어준 고마운 선수이기도 합니다. 팀을 떠나며 오도리지라는 유산을 남겨주었고, 올해 드래프트에서는 레이스 구단 대표로 나와 지명을 하기도 했습니다.
구원투수: 제이크 맥기(Jake McGee)
레이스에서의 통산 성적: 297경기 259.2이닝 319탈삼진 21승 11패 83홀드 26세이브 평균자책점 2.77, fWAR 5.9 bWAR 5.8
커리어 하이: 2014년 73경기 71.1이닝 90탈삼진 5승 2패 14홀드 19세이브 평균자책점 1.89 FIP 1.73 WPA 3.22 fWAR 2.5 bWAR 2.7
지난해 6월 레이스 비트 라이터 후안 토리비오가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고의 구원 투수를 트위터 투표로 올렸을 때, 1위는 72.1퍼센트를 득표한 페르난도 로드니였습니다. 저도 이 글을 구상하며 머릿속으로 대충 틀을 잡을 때, 구원 투수는 로드니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로드니의 누적 성적은 그러기에 무리가 있었습니다(지금까지 읽으시면서 눈치채셨겠지만, 저는 임팩트보다는 꾸준함을 선호합니다. 한두 시즌 버닝 하는 선수는 많지만 꾸준히 어느 정도 해주는 선수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맥기를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맥기의 2014년 임팩트(71.1이닝 19세이브 90탈삼진 평균자책점 1.89, FIP 1.73)도 로드니의 커리어 하이 시즌에 뒤지지 않습니다. 특이한 와인드업으로 'Clockhands'(시곗바늘?)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맥기는 패스트볼을 90퍼센트 넘게 구사하지만 빠르기도 하고 무브먼트가 좋아 많은 삼진을 잡아냈습니다. 로드니처럼 마무리를 맡은 시즌은 없었지만 셋업맨으로 레이스 구원 투수 중 가장 많이 출장하며 전천후로 활약했습니다. 비록 서브 카드였던 마르케스가 대폭발하고 패들로는 DFA 되며 트레이드 자체는 완패했지만 로키스로 떠나며 디커슨을 남겨다 주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자이언츠에서 든든한 마무리로써 팀의 약진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렇게 타자 9명과 투수 2명을 해서 총 11명을 선정해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늦게 창단한 두 팀중 하나다 보니 엄청나게 이름값이 대단하지는 않았습니다. 거기다 레이스의 야구는 에이스 한 두명이 이끄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것입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레이스 모자를 쓰고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선수도 나오길 기대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라서(선정하는 것도 고민되고 사진 다 찾아서 넣기가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그리고 설명 글도 조사해서 써야 했고, 스탯 타이핑하는 것만 해도 꽤나 걸렸습니다) 어쩌다 보니 블로그 포스팅을 꽤나 빼먹었습니다. 이해해주실 거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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