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탬파베이나 세인트피터스버그 쪽 언론이 아니라, 토론토 지역 정론지 토론토 스타의 기사입니다. MLB.COM 블루제이스 홈페이지에 실리는 기사보다도 블루제이스를 더 편애하는 지역지라는 뜻입니다. 이 일에 대해서 제가 블루제이스 편을 들지 않는 이상 어떤 말을 해도 그건 제가 레이스 팬이라 편향된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매도당할 가능성이 높아서, 저의 의견은 배제하고 토론토 측 기사를 가져왔습니다.
참고로 저 링크로 들어가면 구독을 요구하면서 기사가 보이지 않는데, 사이트에 접속한 직후에는 잠시 동안 기사 전체가 보이는 오류가 있어서 그걸 활용해 PDF로 저장했습니다. 혹시 댓글로 원문을 요청하시는 분이 계시면 PDF로 올려드리겠습니다.
참고로 이 언론사와 칼럼니스트가 정말 이름 있는 것인지 의심하실 수 있어서 덧붙이는데, Toronto Star는 토론토를 넘어 캐나다 전역에서 1,2위를 다투는 대규모 일간지입니다. 2019년 자료와 2021년 7월 자료를 보면 The Globe and Mail과 1,2위를 나누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참고로 저 자료들은 주중 발행 부수 기준으로 그렇게 보면 2위지만 The Globe and Mail은 일요일에는 발행하지 않기에 총 발행 부수로 보면 Toronto Star가 앞선다고 합니다). 여러모로 캐나다 전역에서 1,2위를 다투는 언론사입니다.
그리고 해당 칼럼을 집필한 Mike Wilner는 1988년 토론토 대학에서 방송 커리어를 시작한 이래로 대학 스포츠와 마이너리그까지 여러 분야에서 실시간 중계를 했었고, 2014년부터 2020년까지는 라디오 피드에서 블루제이스의 경기 중계를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Toronto Star에서 스포츠 칼럼니스트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트위터 팔로워도 77800여 명으로 탄탄한 커리어와 함께 영향력도 좋습니다(참고로 Toronto Star의 다른 야구 칼럼니스트인 Gregor Chisholm의 트위터 팔로워는 42700여 명, MLB.COM 블루제이스 담당 기자인 Keegan Matheson의 트위터 팔로워는 18800여 명입니다. 이게 반드시 영향력과 직결된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최소한 적은 편은 절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수년 동안, 탬파베이 레이스의 홈구장 트로피카나 필드에서는 블루제이스에 항상 나쁜 일들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제이스가 선전하고, 심지어 레이스가 꽤 부진해도 상황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존 기븐스(2004-2008, 2013-2018 토론토 블루제이스 감독 역임)는 트롶(Trop, 트로피카나 필드의 애칭)을 '공포의 집(house of horrors)'이라고 불렀다. 제이스는 한때 매해 세 번씩 원정 시리즈를 치르는 세인트피터스버그에서 시리즈 승리를 따내기까지 7년이 걸렸다.
그러나 이 무서운 이야기 중 어떤 것도 스파이 행위(espionage)와는 관련이 없었다. 지난 화요일 아침(한국 시간 기준으로 번역)까지는 그랬다.
이 시리즈 첫 경기 6회 말에, 레이스의 케빈 키어마이어는 홈에서 아웃되었다. 제이스의 포수 알레한드로 커크가 그에게 태그를 할 때, 접힌 종이가 커크의 손목밴드에서 떨어져 키어마이어의 무릎으로 떨어졌다. 레이스의 중견수인 그는 그것을 주워 더그아웃으로 가서 코치 중 한 명에게 건네주었다.
수요일, 키어마이어는 스포츠넷(블루제이스 TV 중계사)의 아라시 마다니(Arash Madani)에게 그 일에 대해서 말했다.
"저는 그것을 주웠습니다. (처음에는) 이것이 무엇인지, 우리 것인지 아닌지 몰랐습니다. 모두 비슷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집어 들고 나서 (블루제이스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것을 다시 떨어뜨려 놓거나 돌려주지는 않았습니다."
그 종이에는 탬파베이 타자들에게 피칭을 하기 위한 제이스의 경기 계획이 나와 있었고, 그들은 당연히 그것을 잃어버린 것에 대해 꽤 화가 났다.
하지만 중요한 내용을 담은 문서가 있을 시에, 그것을 경기장에 가지고 나오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쿼터백이 플레이북을 허들(풋볼에서의 일종의 작전 회의)에 가지고 나오지 않고, 농구 코치가 타임 아웃 동안 그린 것을 선수들이 코트에서 플레이를 재개한 후에 지우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포수들이 투수에게 "커브를 던져!"라고 말하는 대신에 사인을 주고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날 빅리그에서는, 모든 선수들이 정보가 적힌 코팅된 카드를 가지고 있는다. 투수들은 모자 아래에, 야수들은 뒷주머니에, 포수들은 손목에 보관한다. 현대의 선수들은 과거 선수들이 가졌던 기억 능력을 가지지 못한 것은 아니다. 그들이 모두 알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있어서,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모든 팀이 경기에서 승리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가장 정확하고, 사소한 우위까지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또 다른 예시이다.
하지만 그 카드들을 가지고 경기장에 나가는 것은 잃어버릴 가능성을 만드는 것이다.
키어마이어가 슬라이딩하며 커크의 손목 밴드를 잡고 데이터가 적힌 종이를 억지로 빼내려고 하거나, 빠르게 달리면서 3루수의 뒷주머니에 손을 넣어 가져가려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 종이는 그냥 바닥에 떨어졌고, 커크는 알아차리지 못했으며, 키어마이어는 그것을 가져갔다.
이것은 쿼터백이 상대팀이 연습을 하러 나왔을 때 그가 55야드 라인에 자신의 플레이북을 흘린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과 비슷하다. 만약 중요한 정보를 빼앗기지 않고 싶다면, 그것을 더 잘 관리해라. 최소한, 암호를 아는 사람만 이것을 알아볼 수 있도록 암호화해라.
이런 상황이 2017년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사인 스틸 계획을 통해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것과 비슷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제한 속도 시속 60킬로미터 구역에서 61킬로미터로 달린 것과 130킬로미터로 달린 것을 비교하는 것과 같다.
애스트로스는 어떤 구종이 날아올지를 타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알려주기 위해서 숨겨둔 비디오카메라를 사용하고 더그아웃과 클럽하우스 사이 깊숙한 터널에서 모니터를 보는 등 자세한 계획을 세웠다. 키어마이어는 무릎에 떨어진 종이 조각을 줍고, '저기, 너 이거 떨어뜨렸어.'라고 말하는 대신 그것을 집어 더그아웃에 가져갔다.
이것이 '도덕적인' 일이었을까? 그건 아니다. 자기 것이 아닌 것을 가져가지 말아야 하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키어마이어가 마다니에게 처음에 주웠을 때는 그게 무엇인지 몰랐다고 말한 것은 완전히 틀린 말이었을까? 아마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제이스(혹은 다른 팀)의 선수들도 그런 상황에서 완전히 똑같이 행동했을까? 틀림없이 그랬을 것이다.
좋은 소식은 레이스가 제이스의 1급 기밀에 접근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아마 더 이상 비밀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이스는 수요일 경기 전에 탬파베이 타자들을 상대하기 위한 게임 플랜을 바꿀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또한 사인이나 그것의 순서, 그 종이에 적힌 모든 것을 바꿀 수도 있었다.
커크에게 타자의 특징에 대한 조언이 있었어도, 몸 쪽 패스트볼에 어려움을 겪는 타자가 그것을 모를 것 같지는 않다.
이 모든 것에 대해 포수가 가끔씩 더그아웃의 도움을 받으며 기억에 의존하던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답이라고 말하기는 쉽겠지만, 우리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데이터로 빼곡하게 채워진 바인더는 곧 사라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고, 선수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더 많아질수록 그것도 더욱 잘 준비될 것이다.
밸크로가 아닌 Krazy Glue(유명 강력 접착제 브랜드)로 선수의 손목에 종이를 붙이는 것과 같은 불가능한 것이 아닌 해결책은, 포수와 투수가 사인을 주고받을 때처럼 위장하는 것이다. 데이터를 암호화하여 그것이 상대팀 손에 넘어가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게 하는 것이다.
21세기의 야구는 더 이상 '머니볼'이 아니다. '스파이 게임(Spy Game)'이다.
어쨌든 정리해보자면, 결국 저렇게 중요한 정보는 경기장에 들고 나오게 되면 본인이 잘 간수해야 하는 것이고, 그렇게 했음에도 상대가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치밀하고 의도적으로 훔치지 않는 이상 상대를 비난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거기에 적힌 내용이 경기에 엄청나게 영향을 주지도 않습니다(타자 공략법이라는 것이 정설인데, 거기 나온 내용을 레이스가 모를 리는 전혀 없고, 설사 사인 패턴이나 순서라고 해도 추가로 사인을 훔쳐봐야 하기 때문에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거기다 얼마 안가서 인지했기 때문에 사인 패턴, 공략법 등을 바꿀 시간은 충분했습니다). 토론토 지역지가 이렇게 말할 정도니, 굳이 이야기를 더 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레이스 선수(특히 포수)들도 이 점을 잘 유념했으면 합니다. 다행히 주니노는 잘 해낼 것으로 보이고, 그렇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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