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지구 우승 외에도 큰 뉴스가 있었습니다. 올해 포스트시즌 중에 이전부터 이야기가 나왔던 몬트리올과의 분할 연고지에 대한 홍보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구단 운영부문 사장 맷 실버맨은 우측 파울라인 쪽에 탬파베이 몬트리올 표지를 세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몬트리올 현지 언론 저널 드 몬트리올은 11월 그에 대한 발표와 중요한 회의가 있을 수 있다는 보도를 했습니다. 설마 설마 했던 일이 점점 실현되어 가고 있는 판세인데, 현지 팬들의 여론은 물론 국내 레이스 팬들 사이에서도 별로 반응이 좋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의 이에 대한 생각을 적어보겠습니다.
우선 저도 처음 이 계획을 마주했을 때 전혀 달갑지 않았습니다. 선수 영입이 힘든 캐나다일뿐더러 몬트리올은 프랑스어 권역이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몬트리올 엑스포스라는 실패 사례가 이미 있었습니다. 그리고 포틀랜드, 샬럿, 내쉬빌 같은 미국 내 유치를 희망하는 도시가 많은데 왜 몬트리올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사실들을 알아보고 다시 생각해보니 몬트리올 이전은 나쁠 것 같지는 않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유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비교가 되지 않는 광역 인구, 훌륭한 치안과 도시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 내에도 메이저리그 구단 유치를 희망하는 도시가 여러 곳 있습니다. 그렇지만 광역 인구를 보면 포틀랜드 249만 명/내슈빌 193만 명/살럿 263만 명으로 스몰 마켓 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위 자료에는 없지만) 몬트리올은 425만 명으로 리그 전체 15위권 안쪽입니다. 거기다 미국 전체 평균보다 폭력 범죄가 2.7배나 많을 정도로 치안이 나쁜 내슈빌, 안전한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했으나 지난해 BLM 등 정치 관련 시위로 인한 폭력사태로 범죄율이 급등한 포틀랜드와 달리 몬트리올은 북미 대도시중 범죄율이 가장 낮다는 점도 이점입니다. 이에 더해 구단 운영과 큰 관련은 없으나, 상당히 살기 좋은 도시에 속하며 역사/문화적으로도 유서 깊은 도시입니다. 도시 자체로만 놓고 본다면 몬트리올이 모든 부분에서 최고의 선택입니다. 그리고 미국 내 다른 도시는 근처의 MLB 구단의 간섭과 연고 이전을 추진하는 다른 구단과의 경쟁이라는 이전 과정에서의 리스크가 있지만, 몬트리올은 경쟁자가 적어 리스크가 적고 좋은 조건에 추진할 수 있습니다.
2. 엑스포스와 레이스는 다르다
몬트리올이 꺼려지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엑스포스라는 실패 사례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엑스포스와 현재의 레이스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파업 시즌 두 번을 제외하면 지구 우승을 한 번도 못해본 팀과 현재 리그 전체에서 가장 강하고 팜도 탄탄한 팀을 비교하기는 무리입니다. 그리고 엑스포스의 구장은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1976년에 지어진, 트로피카나 필드처럼 허름하고 야구에 적합하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신구장 건설도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레이스가 엑스포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3. 상대적으로 적은 야구 인기?
아무리 엑스포스를 그리워하고 토론토는 있는 야구단이 몬트리올에는 없어서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캐나다는 아이스하키의 도시기에 야구장에 사람들이 많이 올지 우려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같은 도시의 탬파베이 라이트닝을 보면 그렇지 않아도 됩니다. 연고지가 NFL은 물론 대학 풋볼까지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 풋볼의 도시고, 따뜻한 기후와 맞지 않는 아이스하키였지만,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구장 위치가 좋으니 관중수가 리그 전체에서 5-6위 정도로 많아졌습니다. 만약 몬트리올의 좋은 위치에 새로 구장을 짓고, 이전처럼 지역 공동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강팀이 된다면? 라이트닝의 사례는 레이스에도 생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구장 위치와 마켓 사이즈입니다. 아이스하키와 야구는 시기가 덜 겹치기도 합니다.
4. 상대적으로 수월할 신구장 문제
또한 신구장 건축도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입니다. 건설 계획만 있거나 그마저도 없는 곳이 대부분이지만, 몬트리올은 지역 사업가이자 1968년부터 1990년까지 엑스포스의 구단주였던 찰스 브론프만의 아들 스테판 브론프만이 32000석 규모의 신구장 건설 계획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공공 재정을 투입하는 것에는 시민 중 60퍼센트가 반대한다고 하지만, 구장 건설 지원과 구단 유치에 우호적인 자유당이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었기에 이 부분도 수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구단주 스턴버그의 성향과 코로나19로 많은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 이루어지기 힘들어졌음을 감안하면 이 부분은 엄청난 강점입니다.
5. FA 기피 현상
그러나 이 모든 이점을 어쩌면 뒤집어엎을 수 있는 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선수들의 캐나다 기피 현상입니다. FA 선수들의 토론토 블루제이스 기피 현상을 보면 쉽게 알 수 있고, 거기다 이곳은 프랑스어 문화권입니다. 솔직히 이 부분은 포장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언제부터 레이스가 FA 영입으로 이런 성과들을 만들어냈습니까? 내부 육성과 트레이드면 충분합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하지 못하는 비싼 연장 계약과 2-3년 차 연봉 조정을 쉽게 해내고, 어쩌다 국경을 넘는 선수들과 대형 계약을 맺어 로스터를 꾸리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지나친 낙관론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레이스의 지금까지의 운영 스타일을 감안하면 잘 해낼 수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정리해보자면, 탬파 권역에서의 신구장 건설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을 감안하면, 몬트리올로의 연고지 이전은 최적의 선택이자 이전 과정에서의 리스크는 적으면서도 큰 업사이드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분할 연고지 말고 확실한 이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선수들의 피로도를 줄일 수 있고, 지역 공동체와의 좋은 관계도 빠르게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저는 만약 몬트리올로의 이전이 실현되면 (프랑스어를 함께 공부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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