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12일에 DFA 처리가 되었던 쓰쓰고 요시토모가 LA 다저스로 트레이드 되었습니다. 탬파베이 레이스가 잔여연봉을 대부분 부담하며, 대가는 추후지명 혹은 현금보상입니다. 이로써 2019년 말 레이스가 그에게 안긴 2년 1200만 달러의 계약과 포스팅비 240만 달러의 투자는 방출급의 트레이드로 귀결되었습니다. 그가 2년간 레이스에서 쌓은 승리기여도는 fWAR -0.2, bWAR -0.3입니다.
2009년 초 2년 1600만 달러의 계약을 맺고 2년간 fWAR과 bWAR 모두 -1.0을 기록하고 2년째 되던 2010년 5월 방출된 팻 버렐에 버금가는 악성 계약이자 레이스 시대(2008년 이후) 최악의 투자사례중 하나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버렐과 다른 점이 있다면 버렐은 이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해 좋은 활약을 하며 우승을 이끄는 등 레이스에서의 태업이 의심되긴 하지만 그래도 실력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쓰쓰고는 PTBNL 혹은 현금 보상이 대가일 정도로 실력이 부족합니다. 애초에 진출 직전 해에는 2016년 포텐이 터진 이후로 가장 부진했었고 150km(94마일) 이상 패스트볼 상대 타율이 2할 초반대로 약점이 눈에 뻔히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투자를 한 것입니다. 선구안과 파워는 빅리그에서도 통했지만 패스트볼에 대한 아시아 타자들의 약점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것이 박병호를 비롯한 실패한 동양인 야수들에게서 검증이 되었는데, 무엇을 보고 배운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2019년 말 투자를 해볼 곳이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주니노를 450만 달러에 잔류시키고, 쓰쓰고를 포스팅비 포함 1440만 달러에 잡을 돈으로 2019년 레이스에서 좋은 활약을 하고 자유계약 선수가 되어 2년 1600만 달러에 브레이브스와 계약한 포수 트레비스 다노를 잡았어야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싸게 해보려고 시간을 끌다가 다노를 놓치고 말았고 쓰쓰고에 투자를 하게 된 것입니다. 애초에 그 정도 돈이 없었다면 모르겠는데 주니노와 쓰쓰고에 투자한 돈을 모두 다노에게 썼다면 결과는 더 나았을 것입니다. 주니노도 괜찮은 포수고, 다노는 인저리 프론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지난해 내셔널리그 포수 실버슬러거를 수상했습니다. 다노가 있었다면 월드시리즈의 결과도 뒤바뀌었을지 모릅니다. 설사 다노를 잡지 못했어도 더 확실한 자원인 코리 디커슨이나 콜 칼훈에게 투자를 해볼 수 있었습니다. 칼훈은 지난해 단축시즌임에도 불구하고 16홈런을 때려냈고, 레이스에도 있었던 디커슨은 지난해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올해는 wRC+ 129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결국 레이스도 야수에 있어서는 아직 멍청한 투자를 할 때가 있고 스몰마켓팀이 바보같이 헛돈을 쓰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명백하게 보여준 것이 쓰쓰고의 계약입니다. 또한 빅리그에 도전하는 아시아인 타자들이 어떻게 타석에 임해야 하는지를 어느정도 보여주었습니다.
2007년부터 레이스에서 뛰었던 일본인 내야수 이와무라 아키노리는 NPB에서는 2004년 44홈런을 친 것을 비롯해 진출 직전 해인 2006년까지 3년 연속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거포였지만, 빅리그에서는 컨택 위주로 플레이 스타일을 변경했습니다. 그 결과 메이저리그에서 4년간 홈런 개수는 16개에 불과했지만 준수한 컨택과 갭 파워, 선구안으로 2할 후반의 타율과 OPS 0.700 중후반대를 기록하는 쓸만한 타자가 되었습니다. 수비도 2007년에는 3루수로 뛰며 준수한 수비력을 선보였고, 2008년 롱고리아가 콜업된 이후에는 2루수로 포지션을 옮겨 제이슨 바틀렛과 함께 키스톤 콤비를 이뤄 레이스의 수비력의 비약적인 향상을 이끌어냈습니다. 그 결과 2008년 탬파베이 레이스의 월드시리즈행을 확정 짓는 아웃카운트를 잡아냈고, 아메리칸리그 우승 반지까지 얻는 등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보냈습니다. 비록 강정호의 십자인대 부상을 유발한 코클란에 의해 2009년 말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며 2010년을 끝으로 빅리그에서 뛰지 못했지만, 레이스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구단 역사상 최고의 2루수 중 한 명이었으며 올해 1월 MLB.COM은 그를 탬파베이 레이스 역사상 최고의 국제 자유계약 선수 5명에 포함시켰습니다. 그리고 2010년을 앞두고 제시 차베즈와 트레이드되었는데 이 제시 차베즈로 마무리 라파엘 소리아노를 트레이드해오며 마지막까지 레이스에 선물을 남겨다 주고 떠났습니다. 이와무라의 성공은 실제로 쓰쓰고의 계약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반면 쓰쓰고는 자신의 파워를 활용하려고 했습니다. 일시적인 성공도 거두었습니다. 애매한 90마일 초반대의 패스트볼이나 밋밋한 변화구를 쳐서 홈런을 기록하고 좋은 선구안으로 볼넷비율 14퍼센트를 기록하며 첫해에는 wRC+ 100에 가까운 성적을 올렸습니다. 타구 속도와 볼넷 비율을 가지고 오히려 올해 성적을 기대하는 팬들도 있었습니다(솔직히 저도 아예 기대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 기대는 확실한 기대를 하신 분들과 달리 긍정적인 요소만 보고 나아질 것이라는 현실도피에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스프링 트레이닝이 시작되자 더 이상의 현실 부정은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투수들은 쓰쓰고를 피할 이유가 없었고 존 안에 공이 들어오는 비율이 늘었습니다. 그러자 스윙 비율이 늘어났는데 이러면서 빠지는 공에도 손이 많이 나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비교적 강했던 변화구에 대한 성적도 나빠졌고 파워를 활용할 수가 없어졌습니다(올 시즌 배럴 타구 단 한 개). 결국 순장타율 5푼, 무홈런이라는 성적을 기록하며 컨택과 파워, 아무것도 잡지 못한 채 짐을 쌌습니다.
물론 마쓰이, 강정호 등 빅리그에서도 좋은 파워를 선보인 아시아인 야수들도 있고, 모든 선수가 컨택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뚜렷한 약점이 있음에도 파워히팅을 고집한다면 자칫 아무런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빠른 패스트볼에 대한 약점을 보다보면 칠 수 있다며 간과하는 경우가 있는데 결코 그냥 넘어갈만한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현재 파드레스의 김하성도 로키스 팬분의 포스팅을 보면 빠른 패스트볼에 대한 약점이 뚜렷하다는데 어떻게 극복해나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는 이런 식의 투자는 없었으면 합니다. 차라리 페이롤을 약간 비우고 다른 곳에 돈을 쓰거나 FA에 돈을 쓴다면 확실한 자원에 투자를 하는 것이 합당해 보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2년 1200만 달러 계약이 실패하였다고 재정에 무리가 가는 현실도 뭔가 갑갑합니다. 2027년까지 트로피카나 필드를 계속 써야 하겠지만 향후 신구장 계획을 제대로 세웠으면 합니다. 최근 몇 년간은 3-4년마다 사생대회처럼 조감도만 많이 나오고 말았는데 이런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합니다. 몬트리올에서 시즌 일부를 치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 같던데, 해당 계획에 대한 현지 팬들의 여론이 상당히 나쁘고 몬트리올 쪽 인프라나 관중 동원력도 별로이기 때문에 실행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쓰다 보니 쓰쓰고와 프런트에 대한 성토, 아시아인 야수의 성공사례와 실패사례, 현재 레이스의 암울한 재정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혼재하게 되었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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